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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Viet Nam 여행기 1]_지나가던 스쿠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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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갑작스럽게 베트남을 가게 되었다.

 

태국 여행 이후로 동남아 지역에 호감이 생겼는데, 지인의 초대도 있었고 겸사겸사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아주 빨리 비행기 티켓을 샀다.

비엣젯 항공

호찌민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명소를 관광하는 나는 6日에 아무런 생각 없이 호찌민 1군 시내를 걷고 있었다. 좀 걷다가 아무 카페 들어가서 커피와 기본 제공되는 재스민 냉차를 마시면서 멍하니 있기를 반복했다.

어딜가든 기본 제공되는 자스민 냉차와 블랙커피

다시 나와서 걸으며 비엣남 바이브를 느끼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자기가 2시간 동안 2만원 정도 내면 스쿠터 뒤에 태우고 호찌민 시티 관광을 해주겠다고... 그러면서 자기와 함께 찍은 수많은 관광객의 사진과 자필 편지를 보여주면서 나를 설득했다.

 

평소 무계획으로 살아가는 나는 이러한 주변의 제안과 변하는 환경에 아주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그래서 "yes"

 

처음부터 하하 호호 장난끼 많은 표정으로 나를 대했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이었다.ㅋㅋㅋ

 

코스로 여기저기 나를 안내하면서 그전에 가지 못했던 차이나타운에도 나를 데리고 가고, 호찌민의 한강공원 같은 곳에 데려가 사진도 찍어 주었다. 

스쿠터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

 

어찌나 비엣남 스타일로 영어를 잘하시던지, 내가 하고 있는 영어가 어색해지면서 갑자기 내가 영어를 아주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고니 찌와, 하지메 마시떼, 조또 마떼, 스바라시, 다이죠브 등의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자랑하셨다.

 

여기서부터 살짝 뇌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느꼈는데, 이것 또한 비엣남 바이브 이거니 하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신으로 아저씨 뒷자리에서 호찌민 시티를 느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던 도중, 잘 웃고 농담도 잘하고 그러길래 다른 비엣남 사람들도 그런 바이브인 거냐고 물어보니까 비엣남 사람들의 삶의 철학에 대해서 말해줬다.

스쿠터 아저씨

나(스쿠터 아저씨)는 잠이 오면 잠자고, 배고프면 맛있게 잘 먹고, 뱅뱅(sex)을 하고 싶을 때 한다고 하면서 거의 걱정 없는 하쿠나 마타타, 해피 파지티브 초긍정주의자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차이나타운의 사원 관광은 뒤로하고 쉬면서 아저씨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사원 주변에 카페에 갔다.

호치민 차이나타운 카페 골목

물론 메슬로의 욕구가 과거의 이론일 뿐이라는 것을 모두 다 인정하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를 아주 잘 소화하고, 만족하고, 수행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 꽤 많은 사람들은 생각이 참 많다고 전했다. 내일은 어떻게 뭘 해야 하지? 직장생활이 너무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지? 집을 사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차를 바꾸고 싶은데 뭘 사지? 결혼하는데 어디에서 하지? 주식은 뭘 사야 하지? 물가가 엄청 오른다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니까

 

다시 한번, 우리는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맛있게 잘 먹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게 생기고 해야 할 것이 생각나면 곧장 그것을 하러 간다는 아저씨의 표정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망상도, 허영도, 고민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국가의 부강을 표현하는 gdp, 군사력 등을 비교하면 베트남과 한국은 엄청난 물리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들과의 얕으면서 깊숙한 대화를 나눴을 때,

7살 나이 차이가 남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들,

친구들끼리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 깊게 물어보지 않는 모습들,

길거리에 마이바흐가 있어도 그 누구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고 일말의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모습들,

왜 차를 타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냐고 물었을 때 "그냥 편하고 길거리 다니기 좋아서"라고 말하는 모습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와도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 주행을 하는 모습들,

일상에서 사원을 가까이 하며 자주 기도하는 모습들,

 

문득 이에 반대되는 한국에서의 생활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Don't think too much를 계속 말하던 아저씨는 마지막 관광 투어를 마치며 나에게 5만 원 정도 추가 요금을 더 요구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비엣남 돈 5000원 남겨달라고 말하고 4.5만 원 상당의 달라를 더 주었다.

 

평소 같으면 1도 이런 거 허용을 안 하는 나이지만 그냥 스르륵 주었다. 이 스쿠터 아저씨는 나를 홀랑 홀리고 유유히 사라져 갔다. 

 

덕분에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인생의 책갈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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